생활·일반

호주제 폐지이후 달라진것들

팔벼게 2005. 3. 27. 11:24
그동안 많은 여성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호주제가 폐지될 예정이다.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에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전반적으로 달라지는 호주제를 살펴보고, 사례를 통해 달라지는 호주제 적용을 예습해보자.


 

 



전_ 결혼을 하면 여자는 친정의 호적에서 시댁, 혹은 남편의 호적으로 옮겨진다. 따라서 더 이상 친정의 식구가 아니며 ‘출가외인’이 된다.
후_ 각 개인이 호적을 갖는 ‘1인1적제’로 변하기 때문에, 누구 밑으로 호적이 옮겨지는 것 자체가 없어진다. 여자의 호적에는 부모와 형제자매만 기록되어 있다가, 결혼을 하면 배우자와 자녀의 순으로 기록이 더해질 뿐이다. 남편과 자녀 모두 개인 호적이 생긴다.




전_
자녀는 ‘부성승계 강제조항’에 의해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후_ 각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다. 단,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간 협의를 한 뒤에 통고를 해야만 가능하다. 이미 결혼한 상태라면 이를 바꿀 수 없다. 그대로 아버지 성을 따라야한다.




전_
딸이 부모를 모시고 살아서 실질적인 부양자라고 해도, 딸은 부모의 국민연금, 국가유공자연금 등의 상속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배우자-아들 등의 순서로 받았다.
후_ 딸이 부모와 함께 살며 생계를 책임졌다면, 각종 연금의 상속 1순위는 딸이 된다. ‘출가녀 제외’ 조항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전_
이혼을 했을 때, 자녀가 엄마와 함께 산다고 해도 그대로 성을 사용해야 했다. 또 여성이 재혼을 할 때도 자녀는 전남편의 성을 따라야 한다. 새아버지와 함께 살아도 성은 전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
후_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는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다. 가정법원에 요청을 하면 엄마의 성을 따를 수도 있고, 재혼한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다.




전_
호주는 남자만이 될 수 있다. 시아버지가 호주였다면, 그 다음은 아들인 남편, 아들, 손자 등의 순으로 승계가 되었다.
후_ 호적 자체가 개인 호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호주 승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전_
남자 쪽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호주를 중심으로 그의 부모와 배우자와 호주인 남편의 형제 등이 가족의 범주로 인정된다. 함께 살지 않더라도 적용된다.
후_ 부모와 함께 살지 않으면 장남이라고 하더라도 부모가 가족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여자는 친정 부모와 함께 살면 시부모가 아닌 친정 부모가 가족으로 인정된다. 즉 부부 모두의 형제자매들이 생계를 함께 하며 산다면 모두 가족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전_
호주는 남편이 되면서 가장의 역할이 부여된다. 여자는 호주의 배우자일 뿐이다. 즉 남편이 총대장이고, 아내는 그 아래, 자녀는 또 그 아래로 속하는 식의 계보가 이루어진다.
후_ 개인 호적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남편과 아내는 호적상 동등하다.




전_
아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친아버지가 아이를 호적에 입적시킬 수 있었다. 엄마의 성을 사용하던 아이는 아버지의 성으로 강제로 바꾸어야 한다.
후_ 아버지 호적에 입적시킨다는 것 자체가 없어진다. 자녀의 개별 호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아버지 뜻대로 자녀 성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3년 전 이혼, 엄마의 성으로 바꾸고 싶어요
3년 전에 이혼한 K씨(34)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5세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들은 현재 남편의 호적에 그대로 남아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는데, 아들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어 자신의 호적으로 옮기고 싶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호주제 폐지 후_ 호주제가 바뀌면서 가정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면 엄마의 성을 따를 수 있고, 개인 호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호적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도 필요 없게 되었다. 그동안 찜찜했던 부분이 말끔히 풀리게 된 것.

 

미혼모로 낳은 아이,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호적에 올려버렸어요
14년 전, J씨는 혼자 아이를 낳아 키웠다. 아이 아버지는 그동안 모른 채로 지냈다. 아이 낳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나타나 아들을 데리고 가겠다며 협박조로 말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아이를 아버지 쪽의 호적에 입적시켜버렸다. 졸지에 아이는 엄마의 성을 따르다가 아버지의 성으로 바뀌게 되어버린 것이다. ‘김’씨로 15년을 살던 아이가 갑자기 ‘박’씨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호주제 폐지 후_ 호주제가 바뀌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호적으로 옮겨가 성을 바꿔야 하는 폐단이 없어진다.

 

남편이 죽자, 가족 몰래 낳은 숨겨놓은 아들이 호주가 되었다
B씨의 남편이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딸을 둔 B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야 했다. 남편이 죽자 낯선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남편의 아이라고 했다. 그 여자는 아이가 남편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구비해, 남편의 친자임을 증명했다. 그 후, 생전 얼굴도 모르던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B씨와 두 딸의 호주로 올라온 것이다. 졸지에 B씨 가족은 ‘가족의 주인’이 7세 남자아이로 바뀌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호주제 폐지 후_ 1인1적제로 바뀌면서 호주 승계의 원칙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이런 웃지 못할 일도 옛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친정 부모의 경조사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경상도의 모 고등학교 교사인 C씨는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학교에서 경조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기 때문에, 친정 부모는 부모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시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만 경조사비가 지급된다고 했다. 학교 동료 여교사들이 똘똘 뭉쳐서 항의해 규칙을 개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뿌리깊은 남녀불평등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호주제 폐지 후_ 법적으로는 물론 여자의 직계존속이 친정부모이지만, 호주제로 인해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만들어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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